🧑‍💻 IT 범생이 Finn

엔비디아 실적발표를 통해 바라본 AI 산업의 현 주소

It's FInn's Place 2024. 2. 22. 21:19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 글이 아니며,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IT 범생이 Finn 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요, 오늘은 엔비디아의 23년 4분기 실적발표가 있었던 날 입니다.
개인적으로 AI 역사에 있어 다소 기념비적인 날인 것 같아, 짧은 글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주위에서 요즘 특히 많이 물어보더라구요,
오픈AI의 ChatGPT, 구글의 제미나이를 비롯해 오늘 새벽에 함께 소개된 구글의 젬마까지.
방대한 AI 산업에서 요즘 (개미들에게) 가장 화두인 기업, 엔비디아가 왜 중요하며 산업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몇개의 짧은 포인트로 누구든 이해하기 쉽게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쉽게 따라오시도록 대화 형태로 정리해 볼게요!
 
1. 엔비디아는 무엇을 하는 회사야?

  •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GPU: Graphic Processing Unit)를 제조하는 회사야.
  • 뒤에 설명할 테지만 엔비디아는 이 GPU 시장의 98% 매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인 셈이지.
  • GPU를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엔비디아의 주 수입원은 '데이터 센터'야.
    즉 엔비디아 GPU를 대거 설치해 둔 데이터 센터를 자체 구축하고, GPU가 필요한 기업들이 필요한만큼 적시성 있게 컴퓨팅 파워를 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하는 형태지.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로는 '클라우드'.

2. 그래픽 카드는 게임할 때 필요한 것 아니야? AI에 있어서 왜 중요한거야?

  • 우선 CPU와 GPU의 차이를 알아야 해. 노트북을 구입해본 사람이 있다면 i5, i7 프로세서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거야. 이런 CPU는 컴퓨터의 뇌인데, 자료를 '직렬적'으로 처리해. 즉 100 가지의 과업이 있다면, 1 부터 100까지 순서를 지키면서 빠르게 해내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치야.
  • GPU는 조금 달라.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해. 컴퓨터에 하나의 그래픽 (그림)이 있다고 가정해볼게. 이 그림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의해보면, 가로축과 세로축, 그리고 해당 좌표(픽셀)에 들어갈 색상의 정보가 필요할거야. 그리고 이 모든 픽셀들의 정보가 동시에 처리되어서, 동시에 한 화면에 노출이 되어야겠지. 이렇게 100개의 과업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진것이 GPU의 특징이야.

 

  • 인공지능도 이런 병렬적인 연산이 꼭 필요한 영역이야. 방대한 데이터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모델을 동시다발적으로 '학습'시키고, 이렇게 학습된 모델에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때 가장 정확한 '예측'을 해내는것이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의 최종 목표거든.
  • 결국,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GPU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산소'와 같은 자원이고, 이 '산소' 공급의 98%를 엔비디아라는 단일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지.

3. 우와 그럼 엔비디아 돈 많이 벌었겠네?

  • 응 맞아. 바로 오늘 23년 4분기에 대한 실적을 발표했는데 (4분기 기준 221억 달러), 데이터센터 기준 작년 이맘때의 매출 대비 무려 4배 이상 성장했어, 단 1년만에!
  • 그리고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라, 영업 이익률이 무려 66.7%야. 100을 팔면 무려 2/3를 남겨먹는다는 것이지. 이 막대한 돈을 다시 제품에 재투자해서 성능을 개선하니, 그 어떤 경쟁자도 이 기술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야.
  • 더 놀라운건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야. 현재 엔비디아 GPU를 매입하려면 약 3 - 4개월을 대기해야 하고, 작년에 심할때는 11개월 이상의 대기기간이 형성되기도 했어. 심지어 대기가 심한 시기에는 엔비디아 GPU 매입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도 해. 

그런데,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는 분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첫째. 엔비디아의 실적이 곧 전세계 AI 산업을 대변함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어.

  • 테슬라를 제치고 거래량 1위 주식으로 뛰어오른 것도, 미국 증시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것도 바로 엔비디아 단일 기업의 퍼포먼스가 아닌 AI 산업 전체의 향후 행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거든. 엔비디아의 실적이 부진함은 곧 글로벌 AI 산업의 성장이 둔화된다는 말이고, 반대로 실적이 폭발적임은 아직 AI 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야. ‘AI산업이 지닌 가능성'을 시장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전 세계의 이목이 바로 지금 엔비디아라는 요 하나의 기업에 집중된 이유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지닌 무게감


둘째. 시장 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당분간 어려울거야.

  • 98%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이라니 우습지만, 최근 OpenAI 샘 올트먼이 '새로운 AI 반도체' 관련 7조달러 (한화 약 9천조원) 투자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순방하고 있음이 뉴스에 많이 보도되었어. 9,000조원이라는 금액이 얼토당토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글로벌 AI 수장이 언제든 원하면 산소공급을 끊어버릴 수 있는 엔비디아라는 존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책정한 금액이라고도 볼 수 있어. 그만큼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길목에 자리잡은 강력한 문지기이고, 설령 9,000조 투자를 유치한다 한들 시장에 안착해서 경쟁을 시작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거야.
  • 구글이 직접 제작한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TPU (Tensor Processing Unit)와 같은 대체품들도 시장에 존재하지만, 그 성능이나 사용성 측면에서 엔비디아를 절대 따라가지 못해. 이번 실적발표에서 엔비디아와 구글이 합동 공개한 보급형 LLM AI '젬마'같은 경우에도, 구글 TPU가 아닌 엔비디아 GPU를 통해 서비스 되는 것으로 발표되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구글 스스로도 자사의 기술력이 아직 엔비디아에 견줄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셋째. AI 시장의 수요가 탄탄한 상황에서, 2024년은 각 기업이 어떻게 AI로 돈을 버는가에 더욱 집중해야 해
 
엔비디아 수요를 통해 바라본 AI 서비스의 성장은 꾸준하지만, 더 나아가 본 AI 서비스들이 소비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수익창출로 이어지는가에 집중해야 해. 각 기업마다 그 방향성 및 전략은 조금씩 다른것 같아.

  • 마이크로소프트: 가장 강점인 B2B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이미 자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사들에게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얹는 (끼워파는) 형태로 가장 쉽게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2017년 기준 오피스365의 전세계 이용자가 약 1억 2천만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지금은 훨씬 많겠죠?), 이 중 1%에게만 구독 판매에 성공한다고 해도 즉시 수익화에 성공하는 셈이지. AI 기업들 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상승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 이유이자, 현재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
  • 구글: 구글은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생태계 만드는 것을 지향해. 제미나이 (구 바드)를 보더라도 일단 성능을 시장에 알리고, 각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에 특화된 제품을 직접 개발해내게끔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지. 이번에 출시된 '초경량 LLM 모델' 젬마 같은 경우에도, 기존 제미나이와 같은 빅모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작은 서비스들이 쉽게 LLM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오픈 AI 모델이야. 쉽게 말해, AI의 민주화를 빠르게 이루어서 구글의 AI 모델이 '개발자들의 표준'이 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지. 지금의 크롬 브라우저나 안드로이드 OS와 같이 말이야. 방향성은 좋은데, 이제 이것이 어떻게 수익창출로 이어지는지 증명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이상 AI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견고하고, 수 많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매일같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신기함'에 속아 '서비스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 같아요.
AI가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중 우리가 지닌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제품은 무엇일 지 살피는 것은 유저인 우리의 몫이니까요.
 
변화의 홍수 속에서 작은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IT 범생이 Finn 드림